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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강연 정리

독서는 일이어야 한다 - 최재천 교수

 

최재천 교수님께서 '책읽기, 글쓰기 그리고 시간 관리'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셨습니다.

굉장히 감명 깊게 들어서 공유하고자 정리해봤습니다.

 

여담이지만, 최재천 교수님은 익히 알고 있는 '황소 개구리와 우리말'이라는 글을 쓰신분이었습니다.

7차 교육과정을 겪은 제게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해준 강의네요. 

 


 

이 세상 모든 일은 결국 '글쓰기'로 판가름 난다

 

0:54 
"살아보니까, 거의 모든 일에 끝에 가니까 글쓰기더라구요. 예외가 있을까 제가 자꾸 생각해보는데 별로 예외가 없어요."

1:11 

예를 들어서, 교수 혹은 연구자가 된다면 쓰지 않으면 죽는 것과 같다. 끊임 없이 논문을 써야 하는데, 논문 쓴다는 것은 결국 글쓰기다. 언뜻 생각하기에, 데이터가 좋거나 우연히 기가막힌 발견을 하면 논문이 완성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과학계에서 최초로 다른 종 간에 협동한 사례를 발견했다. 하지만, 네이처나 사이언스에서는 흥미없는 주제라고 했다. 

시간이 지나서, 동료가 제목을 뭐라고 썼었는지 물었다. 'Interspecific Conflict and Cooperation Amont Aztec Queen Ants' 라고 말했더니, "그렇니까 떨어졌지." 라고 했다.

 

베네통이라는 의류 회사의 광고에서는 다인종을 붙여놓고 'United Colors of 베네통'이라는 문구를 쓴다.

동료는, "United Colors of Ants 라고 썼으면, 편집장이 흥미있게 봤을 거야"라고 말했다.

 

 

 

 

 

 

5:04

"논문이라는 것은 데이터도 중요하고, 어떻게 전개를 했는지도 중요하고, 제목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확 끌어야 하는 거거든요."

 

과학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제목에 그렇게 신경 써야하는가? → 그렇다. 제목이 그정도로 중요하다.

기막힌 연구를 하고도, 좋은 학술지에 내지도 못한 사례를 보라.

 

 

5:32

MIT에서 졸업을 하려고 하면, 전교생 모두 'Strunk and White'라는 책을 읽어야 한다. 미국에서 글쓰기 훈련을 한다고 하면 누구나 읽어야 하는 기본서다. 이 책은 글을 어떻게 쓰느냐에 관한 내용을 담고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공학이나 과학을 하는 사람이 글을 못써도, 당연한 것처럼 용서해주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공학의 내용이 어렵기 때문에 어려운 내용을 사람들에게 잘 설명하려면 글쓰기 능력이 훨씬 더 필요하다.

그래서 MIT에서는 공학, 과학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글쓰기 훈련부터 가르친다. 해외에서는 과학자 출신의 작가들이 많은 경우도 이런 이유에서다.

 

 

7:16

연구자가 아니라 회사에 취직하더라도 글쓰기는 중요한 역량이다. 항상 기획안을 내기 때문이다. 이때 얼마나 잘 알아듣게 쓰고 설명하느냐에 따라 커리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자영업을 하더라도, 글쓰기 능력이 필요하다. 한장 짜리 전단지를 만들 때 얼마나 임팩트있게 문구를 쓰느냐에 따라 실적이 달라질 것이다.

 

 

8:35

우리 삶 모든 면에 글쓰기가 필요하다. 글쓰기는 정말 중요하다. 인간은 글을 개발한 유일한 동물이다. 자연계에 인간 외에 글을 가진 동물은 없다. 그런 인간에게 글쓰기가 안 중요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더 이상한 발상이다. 

 

8:58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에서 글쓰기를 제대로 안 가르치는 것이 너무나 어리석다 생각한다.

"제가 보기에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게 글쓰기라고 생각합니다."

 

9:30

중학생 때 학교에서 백일장이 열렸는데 장만영 시인이 심사를 했다. 중고등학교를 통틀어서 가장 잘 썼다는 평을 받았다.

→ 글쓰기에 재능이 있으셨던 것 같다.

 

10:58

1997년 영국 캠프릿지 대학 출판부에서 처음으로 영어책 두 권을 출판했다. 

잊을 수 없는 순간은 국어 교과서에 글이 실린 때다. 중학교 2학년 교과서에는 '개미와 말한다' 라는 글이, 고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는 '황소개구리와 우리말' 이라는 글이 실렸다. 두 교과서를 받아들고 지인들에게 말했다.

"노벨상을 받은 들 이보다 기쁘겠느냐"

 

12:34

20년 간 100권이 넘는 책을 썼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글쓰는 작업을 고행으로 생각한다.

"저는 글쓰기가 즐거워요. 왜냐하면, 글쓰는 게 생업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과학자로서 일을 하고 있고, 글쓰기는 취미거든요. 글을 쓰다 보면 책이 됐습니다."

 

 

14:08

고등학교에 진학했을 때,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이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모닥불과 개미'라는 반페이지짜리 수필을 썼다. 개미가 죽을 줄 알면서도 동료들을 구하러 다시 불속으로 뛰어든다는 글이다. 왜 이 구문이 머리속에 남았는지는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15:08

우여곡절 끝에 과학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유학을 갔다. 3 or 4학기쯤 되는 때였다. 강의 제목이 사회생물학이었다. 수강신청을 하고 수업을 들었는데, 교수님은 '개미들이 왜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가'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말했다 한다. 번뜩, "솔제니친이 그것을 궁금해 했는데!" 라고 생각이 들었다.

 

2주 쯤 뒤, 해당 과목 교수님이 꼭 읽어야 하는 책으로 'THE SELFISH GENE, 이기적 유전자'를 말씀하셨다. 저 책을 사서 밤을 새워서 다 읽었다. 새벽에 책을 덮고난 다음 베란다로 나왔는데, 안개가 굉장히 많이 끼어있었다. 거기서 한참 서있었는데, 천천히 안개가 걷히고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얼마나 기막히고 상징적인 장면이었는지 모른다.

 

저 책을 읽으면서 어려서부터 살면서 세상사에서 궁금했던 여러가지 (왜 사람들은 이렇게 행동하고, 이런 일이 벌어지는걸까 등) 이런 생각을 했던게 저 책을 읽으면서 가지런히! 정리가 되는 너무너무 황홀한 경험을 밤새도록 했다. 그리고 새벽에 베란다에 서있는데, 안개가 서서히 걷히는 것을 보았다. 당시 그 기분을 이루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 순간에 "나 사회생물학 공부할래" 라고 결심하게 됐다. 그래서 사회생물학자가 된 것이다. 너무나 신기하게도, 솔제니친이 과학으로 이끌어 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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